[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7)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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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불어숲 (182.♡.178.121) 작성일12-05-31 15:06 조회2,2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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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7)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ㆍ아이의 삶을 기획하는 엄마, 아이의 정체성 형성 막는다

어려서부터 착한 딸로 소문난 ㄱ씨는 1년 전 부모님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2년간의 결혼생활을 접었다. 해외 명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국내 대기업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겉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일등 신랑’이 사실은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마마보이였던 것이다. 남편이 원하는 곳에서 외식을 하지 않은 날이면 ㄱ씨는 어김없이 시어머니로부터 “얘, 왜 아비가 가자는 곳에 안 갔니?”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얘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을 수백 번 듣고 나서 ㄱ씨는 이혼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서울대 교수 ㄴ씨는 올초 신입생 학부모 초청행사에서 한 학부모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학부모는 아무렇지도 않게 “학원처럼 출결시스템을 도입해 학부모가 휴대폰으로 체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제안했다. 자녀가 대학생인지 초등학생인지조차 구분 못하는 처사에 학생을 지도할 생각을 하니 앞에 캄캄했다. 학부모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낮은 학점을 항의하고, 선배들에게 학점을 따는 데 유리한 강의를 물어보고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는 경우가 낯설지 않은 게 지금 대학가 풍경이다. 회사의 회식자리에 신입사원의 부모가 나타나 “우리 애를 잘 봐 달라”고 계산을 하고 가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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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골목길에서 한 엄마가 학원에 가기 싫다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부모들의 과도한 사랑이 자녀의 성장을 해치고 있다. 정작 나이만 들었을 뿐 한사람의 몫을 하지 못하는 ‘어른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와 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 아들, 내 딸이 경쟁에서 도태될 지 모른다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낳은 병리 현상이다. 부모들의 과도한 불안은‘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게 만들고 있다.

부모 눈에는 아이들이 늘 부족하고 불완전해 보인다. 젖먹이 때부터 첫걸음을 떼던 순간, 또 코흘리개 시절을 보아온 경험이 아이가 장성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예전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기다리고 지켜볼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다는 말로 아이에게서 시련과 좌절을 경험할 기회 자체를 빼앗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막는 위험한 월권 행사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교육연구소 대표는 “아이의 의견이나 판단은 뭔가 미숙해 보이기 때문에 부모들은 부모의 것을 앞세우게 된다”며 “처음 얼마동안은 원하는 결과를 더 쉽게 얻을 수도 있고, 말 잘 듣는 아이가 기특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길게 보면, 제 인생에 소극적인 위치로 내려앉고 제 인생을 남에게 기대는 습관을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의 저자인 문은희 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 소장은 “한국 엄마들은 아이의 문제를 자기 안에 포함시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다”며 “이런 생각이 엄마와 자녀를 모두 힘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자녀가 건강이 나빠도 “내가 잘못 해 먹여서”, 성적이 나빠도 “집안형편이 안 좋아 과외를 못 시켜서”, 성격에 문제가 있어도 “맞벌이 하느라 애를 돌보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아이와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다 보니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좀더 편한 길로 이끄는 데 온힘을 기울인다.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 플랜을 짜는 것은 물론 아이의 학업과 일상, 심지어 교우관계에까지 적극 개입한다. 이른바 아이의 삶을 직접 ‘기획’하는 ‘매니저 맘’들이 되는 것이다.

자녀의 인생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필연적으로 또다른 개입을 부른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엔 좀더 나은 스펙으로 취업할 때까지 또다시 관리에 나서고, 배우자를 정하고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이혼에까지 개입한다. 결혼정보업체인 비에나래 손동규 대표는 “부모의 과보호 속에 성장해온 자녀들이 숫기나 용기, 결단력 부족 등으로 배우자를 스스로 찾지 못하면서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이 중매에 나서는 비율이 최근 10명 중 3명꼴로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또 그는 “최근엔 부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고부간 갈등이나 장모와 사위 간의 갈등이 집안싸움으로 번져 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의 삶에 올인하는 것이 아이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부모의 기대와 달리 자녀들의 인생은 물론. 부모와 자식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녀들은 부담감과 원망을, 부모들은 섭섭함을 토로하는 모두에게 불행한 상황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청소년기는 내가 누구이며 어떤 일을 잘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심리적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자기 정체성을 세워놓지 않으면 삶의 중심과 뿌리가 흔들리면서 생활이 늘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김동민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부모들의 과보호 속에 자라다 보니 심리적 독립이나 자기결정력, 책임감이 부족하다”며 “30, 40대가 되어도 삶을 주체적으로 헤쳐나갈 힘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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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이런 과도한 개입과 정반대로 우리 자녀들은 부모와의 진정한 소통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2010년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전체상담 주제 1위는 ‘가족문제(24.8%)’였다. 상담원에는 “할 말만 일방적으로 하는 부모님이 싫다” “부모님의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나는 말이 다르다” 등 소통문제를 호소하는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문은희 박사는 “자녀들의 삶을 본인의 삶과 분리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아이를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엄마들의 착각이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면서 “엄마가 주고싶은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다. 자녀가 갓난 아기일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아이의 삶은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서로의 삶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벗고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부모도 자녀도 함께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서 오롯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 당연한 원칙이 회복될 때에만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다.


※ ‘나도 약속’ 서명에 참여해 주세요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시리즈는 끝났지만 캠페인은 계속합니다. 캠페인에 공감하는 분들은 홈페이지(www.7promise.com)에서 서명을 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고래가그랬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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