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6) 대학은 선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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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불어숲 (182.♡.178.121) 작성일12-05-31 15:05 조회1,9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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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6) 대학은 선택이어야 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ㆍ대학 나오면 성공한다는 엄마의 꿈, 확률 매우 낮은 ‘위험한 게임’

“고1, 중1 두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늦은 밤 학원에서 돌아와 이것저것 과제 끝내면 매일 밤 12시를 넘겨 버립니다. 아침에 졸음에 겨워 너무도 고통스럽게 일어납니다. 학교를 보내야 하기에 결국 소리를 질러 혼을 내서 깨워야만 합니다. 그때마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그 순간 제 자신이 미워지고 이 나라가 미워집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 없이 또 내일 그리고 모레, 똑같은 일상이 반복됩니다. 결국 이런 생활의 짜증들이 모여 부모와 자식 간의 단절과 부부간의 불화로 폭발합니다. 저희 집 불화 원인의 90%는 바로 아이들 교육문제와 성적입니다.”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서명에 동참한 한 아버지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이야기 속의 상황은 중·고생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아버지는 ‘교육문제’를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교육이 아니라 입시, 특히 대학입시다.

‘어떤 대학에 갈 수 있느냐’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중학교 때부터, 이르면 초등학교 이전부터 자녀를 학업에 ‘올인’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현주소다.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별천지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고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유와 행복을 미룬 채 10대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대학에 간 후 그들은 취업이라는 높은 현실의 장벽이 앞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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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과 학부모 등 1만8000여명이 2010년 11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대입 설명회에 참석, 입시학원이 제공하는 정보에 귀기울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대출 부담·알바 노동, 부모·아이 모두 피해
대입·사교육에 몰입… 자녀 행복과는 거리, 단지 자기위안·안도


부모나 자녀 모두 이 같은 경쟁 체제 속에서 대학 진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대학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교생들이 상급학교인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한 비율을 일컫는 대학 진학률은 지금의 초·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대학에 들어가던 1980년대에는 20~30%에 불과했다. 고교 진학률도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에 같은 연령대에서 실제 대학에 가는 비율은 이보다 더 낮았다. 그러나 지금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나들고 있다. 나머지 20%마저도 대학에 못 가서 안 가는 것이 아닌 시대가 됐다.

‘대졸’ ‘학사학위’ 자체가 갖는 변별성은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더욱 더 대학 자체보다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변별성을 가지게 됐다. 모든 부모와 자녀들이 경주마의 기수와 말처럼 소수의 이른바 ‘명문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부모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냐 진보냐 하는 구분도 대학 입시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고위 공직자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매번 등장하는 ‘위장전입’의 이유는 “자녀교육을 위해서”다. 이는 “좋은 대학 보내는 데 유리하니까”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보수 성향의 엘리트 부모들의 목표가 자녀를 일류대학에 보내는 것이라면 진보적 엘리트 부모의 목표는 아이가 진보적인 일류대학생이 되는 것일 정도로 진보와 보수 엘리트들이 하나가 돼 있다”며 “결국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높은 부모의 아이들이 경쟁을 선점하고 대부분의 서민과 노동자 아이들이 들러리를 서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생각은 ‘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식에 기반을 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의 초·중·고 12년 혹은 그 이상을 대학 진학에 목을 매고 있지만 원래의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5% 이하다. 그마저도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든 바늘구멍이다.

안상평 ‘고래가그랬어 교육연구소’ 팀장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을 나와서 경제적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비율을 분석해보니 전체 대학 진학자의 5% 남짓에 불과했다”며 “문제는 이 5%가 모든 계층과 지역에서 골고루 뽑은 비율이 아니라 (출발선이 훨씬 앞서 있는) 상위계층의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교육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사교육이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됐다”면서 “집에서 영어 학습지를 하는 아이가 방학 때마다 미국이나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과 경쟁하는 것을 과연 경쟁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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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선망하는 대학 재학생들 상당수가 부유층 출신이라는 것은 통계로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장학재단이 공개한 ‘2012학년도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현황’ 자료를 보면 세칭 명문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의 약 35~44%가 가구 소득 10분위(상위 10%, 월평균 가구소득 923만원)에 속하는 초고소득층 가정 자녀들이었다. 전국 대학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소득이 높을수록 장학금 신청을 하지 않는 학생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명문대 학생의 고소득층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현실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부모가 들이는 막대한 경제적 투자와 정신적 낭비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도 된다. 게다가 연간 1000만원을 넘어선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부모는 대출 부담에, 자녀는 아르바이트 노동에 시달린다. 이는 또 자녀의 정규직 취업 기회를 제한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빨리 돈을 벌어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거나, 아르바이트로 인한 취업 준비 부족과 육체적·정신적 피로에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은 조금씩 멀어진다.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기도 한다. 지난해 2월 강원 강릉에서는 20대의 ㄱ씨가 즉석복권 여러 장과 학자금 대출 서류를 옆에 두고 번개탄을 피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달 제주에서도 대학 졸업 이후 6년 동안 공무원 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것을 비관한 ㄴ씨가 음독자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은 나와야 그나마 낫다”며 대입 관문을 향해 아이들을 채근하고 있다. 이렇게 자녀를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대학 입시와 사교육에 몰아넣는 사람들의 심리 이면에는 실제 자녀의 행복보다 본인의 심리적 안도감이 자리잡고 있다. 김규항 발행인은 “할리우드 재난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공황 상태에 빠져 자기 새끼를 부둥켜안고 그저 내 새끼 살려야 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상황이 한국 부모들의 모습”이라며 “자신의 공포나 불안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쫓아가면서 가랑이가 찢어져도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자기 위안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부모들이 근본적으로 이런 상황을 되짚어볼 때가 됐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교육문제의 종착지인 ‘대학’이 과연 우리 아이들을 10년 이상 희생시키면서까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이제는 부모들 각자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진정 아이를 위한다면 대학 진학을 둘러싼 비현실적인 공포에 휘둘리기보다는 아이들과 차분히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입시가 가지고 올 득실을 냉정히 따져보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아이의 인생에 있어 바람직한 것인지 당사자인 아이와 정직하게 의논해 보는 것이 먼저다. 이를 통해 아이의 10대 시절이 걸린 이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 과연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아이와의 소통은 필수다.

공부가 체질에 맞고 지성인으로 성숙하는 데 대학 진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대학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맹목적인 대학 진학 욕구는 아이와 부모, 사회를 멍들게 한다. 가정불화 원인의 90%를 놔두고 나머지 10%를 아무리 바꾸려 해봐도 불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 발행인은 “대학 진학이 선택일 수 있어야, 즉 대학 강박에서 벗어날 때 아이들 교육뿐 아니라 부모 행복의 기준을 다시 가늠해 볼 수 있다”면서 “마음껏 책을 읽고 친구를 사귀고, 음악을 듣고 여행도 하는 아이들을 상상해보고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격려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부모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나도 약속’ 서명에 참여해 주세요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캠페인에 공감하는 분들은 홈페이지(www.7promise.com)에서 서명을 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고래가그랬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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