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3)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성공이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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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불어숲 (182.♡.178.121) 작성일12-05-10 14:27 조회1,1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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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3)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성공이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ㆍ1만 여개 직업 중 부모가 원하는 자녀 직업은 20개 남짓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전병식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에게는 20대 딸 둘이 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역시 교사인 부인과 평소 교육철학대로 “아이의 행복과 인생을 존중하자”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도록 하자”고 다짐한 후 이를 그대로 실천했다. 큰 딸은 수영, 플루트 등을 열심히 배우며 학교생활을 즐겁게 했다. 고3이 됐을 때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부부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았다. 자기 길을 찾길 응원하며 기다렸다. 큰딸은 지방대와 전문대를 차례로 다니며 진로를 고민하다 게임회사에 취직해 능력을 발휘했다. 고객상담과 상품반응 연구, 캐릭터개발 등이 적성에 잘 맞아 능력을 인정받았고, 사내커플로 결혼도 했다. 작은 딸 역시 본인의 희망대로 컴퓨터 보안분야를 전공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제몫을 하고 있다.

전 국장 부부는 세칭 명문대를 졸업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진로를 찾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두 딸이 더없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무슨 일을 만나든 자신있게 개척할 힘을 얻은 것이 훨씬 더 값진 성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실혁명>과 <핀란드 부모혁명>의 저자인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의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사교육업체에서 일하는 만큼 자녀들에겐 얼마나 훌륭한 ‘명문대 합격 로드맵’을 제시했을까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박 소장의 큰 아들(21)은 경기도 분당의 고등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모범생이었다. 수학을 특히 잘했고 원하는 대학은 충분히 갈 만한 성적이었다. 고1이 끝날 무렵 아들은 학교생활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펄쩍 뛰었지만 박 소장은 두말하지 않고 아들이 원하는 대로 자퇴를 권했다. 이후 아들은 전국을 다니며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도제식 교육을 추구하는 대안학교를 졸업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동양학으로 좁혀지긴 했지만 최종 진로는 아직까지 탐색 중이다. 현재 선후배들과 중국 발효차를 수입해 국내에 보급하며 공부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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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 당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전병식 국장과 박재원 소장 같은 경우를 우리사회에선 좀처럼 찾기 힘들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성공이고,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모두들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교과서에나 있는 말일 뿐이다. 대다수 부모들의 행동은 정반대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인생의 성공모델로 한가지 그림만을 그린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여러가지를 가르치고, 영어유치원, 사립초등학교, 외고·과학고·자사고 등과 명문대의 인기학과를 졸업해 신분상승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 아이를 올려놓고 난 후에야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 점에선 진보와 보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는 직업이 통계청 통계로 1만여개 있다. 그러나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하는 직업은 고작 20개 남짓이다. 나머지 9980개의 직업을 갖고 살아갈 대부분의 청년들은 인생의 ‘낙오자’나 ‘실패자’처럼 살아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직업은 신분의 다른 이름이다. 1만여개의 직업은 보수와 안정성 등의 기준으로 1등에서 1만등까지 촘촘히 서열화된다. 직업이 신분으로 읽히는 사회에서 아이의 적성과 희망은 뒷전일 때가 많다.

박재원 소장은 “진로를 정하려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질적인 삶을 체험하고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데, 우리 아이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피상적으로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만 뭘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정작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최근엔 진로를 빨리 정하겠다는 열풍이 불면서 이마저 상품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직업 자체가 아니라 조건이 목표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 아이들 중에는 그냥 의사, 교사가 아니라 피부과 의사,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다. 직접 얘기는 안하지만 직업 자체가 아니라 그 직업을 택했을 때 얻을 조건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꿈을 물어보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답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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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아이들은 어떤 직업이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별다른 정보가 없으니 기존에 알던 직업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극심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7년 조사한 초·중·고 학생들의 선호 직업을 보면 초등학생에서 선호도 10대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중등은 60%, 고등학생은 50%에 육박한다. 한상근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사회가 급변하는데 희망직업이 10년 전과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경직돼 있다는 뜻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할 시간과 기회가 거의 없는 아이들은 부모의 뜻대로 성적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김종우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성수고)은 “학생들의 장래희망에‘내가 풍족하게 못살았으니 너는 꼭 풍족하게 살라’는 부모들의‘한풀이식 교육관’이 투영된 경우가 많다”며 “부모님들은 대부분 아이들의 적성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보다 정통적인 직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모두들 부러워하는 명문대 법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입학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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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고래가 그랬어’ 교육연구소 대표는 “부모의 역할은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 주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뤄내는 직업 본래의 가치를 수행하도록 돕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질서를 벗어난다는 것이 불안하지만 아이가 제대로 적성을 발휘할 수 있게 돕기 위해 내 아이가 세상의 직업 수를 하나 더 늘일 수도 있다는 걸 믿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를 희망한 김대표의 딸(19)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빠와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충분한 정보를 찾아본 끝에‘자기에게 맞는 공부’를 선택하기 위해 중학교 졸업 후 학교를 중단했다. 현재 원하던 일을 하며 소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제아무리 남들이 선망해도 나에게 맞는 일이 아니라면 그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 반대로 누구나 자신이 열중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누구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본적인 원칙을 늘 스스로에게 묻자. 남의 이목이나 돈을 얼마나 버는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아이의 적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부모의 욕심을 강요하지 않기. 끊임없는 격려와 믿음 보내기…. 아이를 살리는 세번째 약속이다.


※참여방법: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는 이는 누구나 서명운동 홈페이지(www.7promise.com)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트위터(@7promise)도 열려 있다.

<경향신문·고래가그랬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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