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꼭꼭 감아놓은 돈 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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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불어숲 (211.♡.213.247) 작성일09-06-08 15:06 조회2,2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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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부터 3년째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문화답사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올해는 5월부터 8월까지 4회에 걸쳐 진행됩니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한부모 가정, 학교 및 공부방에서 추천해준 아이들입니다. 아래글은 이 프로그램에 인솔교사로 신청하여 함께 참여하게 된 이희경 학생이 지난 5월 답사 후 저희에게 보내온 글입니다.


  - 경북대학교 법학부 3학년 이희경

 조금은 늦게 일어난 아침, 답사준비로 씻고 옷입고 허둥지둥 왔다갔다하며 설레임이라는 감정은 조금 미루어 둔체, 학교정문을 향해 바삐 걸었다.
이미 답사선생님들은 다 와있었고, 시끌시끌한  장난 섞인 목소리와 선생님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흘끗흘끗 보는 아이들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들이 차에 올랐고, 잠시 차 밖으로 나와 시원한 그늘을 찾고, 오늘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하나 생각에 잠길때 창문을 하나두고 어머니와 그녀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서로 쳐다보며 엄마가 웃으니 아들도 따라웃고 엄마가 손짓하니 아이도 함께 손을 흔드는게 보였다. 따뜻한 오전의 햇살과 싱그러운 그들의 웃음은 그렇게 나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었다.
 
 출발과 함께 선생님소개를 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들 앞에 처음 나서서 나를 알려준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졌다. 막상 마이크를 잡고 아이들을 보니 그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나도 모르게 베시시 웃음지어졌고 그렇게 편하게 말할수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별명이 잡초였고, 그 별명이 마음에 들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잡초쌤, 아니면 풀쌤 아니면 잡쌤등 아무이름이라도 좋으니 그렇게 나를 불러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나를 옹알옹알 불러주면 난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꽃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나도 아이들도 낯설어했지만 조금만 다가가도 온몸으로 받아들여주는 그 아이들의 순수함에 조금씩, 더디지만 더욱 가깝게 친해질수 있었다. 통도사로 가는길 차안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꽃을 피웠고 나도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나는 배가 고프다며 아이들에게 징징댔고,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며 웃음 지었다.

 우리팀 아이들과 숲으로 간 우리는 넌센스 퀴즈를 하고 뛰어다니며 나무를 보고 벌레도보고 풀도 보았다. 난 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어요 선생님~ 돌아가요!~" 라며 나를 재촉했고, 조금은 아쉬운 풍경들을 뒤로 한채 박물관을 구경했고, 냇가에 가 수제비놀이를 했다. 우연하게 수제비를 성공한 후 아이들이 우와~하며 나를 경의로운 눈빛으로 보았지만 난 그다음부턴 안되리란걸 직감했기에 그저 허허 웃었고 “너희들이 알아서 깨쳐~”라며 그 방법을 물어보는 아이들 사이를 비겁하지만 당당하게 빠져나왔다.

 점심시간 밥먹고, 밥을 먹어 그런지 힘이 더 펄펄 끓는 아이들과 잡기놀이를 하며 소화를 시켰다. 그리곤,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놀이공원에 갔다. 같은 조원인 아이들이 나에게 돈과 열쇠를 맡겼고, 우리는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여기저기 구석구석 있는 놀이기구를 탔다. 정연이는 무섭다며 나를 꼭 데리고 탔고 안아달라며 나를 꼬옥 붙들때는 어찌 그렇게 애기 같던지.. 모일 시간이 되어 더 있자고 한개만 더 타자고 조르는 아이들과 은근히 나도 그러길 바랐던지라 촉박한 시간을 외면하고 타고 내려오니 벌써 시간은 야속하게도 약속한 시간을 지나버렸다.

 허겁지겁 모이는 장소에 가보니 우리 팀이 꼴찌로 도착했다. 미안한마음과 웃으시는 쌤을 보니 안도감이 뒤섞여 차안에서 숨을 고르고 있을때 쯤 피곤함이 몰려왔다. 도착할 시간이 되었고 나에게 돈을 맡겼던 아이들이 고사리손을 쭈빗 내밀며 "선생님 맡겨던거요"라고 말하자 나는 "어그래~" 라며 아이들에게 돌려주었다. 한아이가 소중하게 받아서 주머니에 꼭꼭 감아 넣은 돈 250원...갑자기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꿈뻑꿈뻑 눈을 깜빡이다가 잠시후 떠나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또보자'라는 마음도 함께 보내며..

 아이들은 착했고 맑고 순수했다. 그 아이들이 바라보는 그림, 관심보이는 벌레, 신기해 하던  놀이기구를 함께 보고 만져보고 탔고 그렇게 소중한 하루를 보냈다 나의 하루는 너무나 길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 안아주고 이해 해주려고 했지만 난 그보다 더 많은 안김과 이해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나를 존중해주었고 나에게 미소지어보였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잊지 못할 너무나 값진 하루였다.
 다시 만날 6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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