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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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불어숲 (58.♡.2.67) 작성일08-06-02 15:50 조회2,3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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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부터 날마다 함지산을 오르내린다. 술을 진탕 마시고 난 다음날, 하루 종일 머리가 아파 아무 일도 하지 못하다가 문득 든 생각.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왜 이렇게 막 살지?’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일자마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여행이란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겠지만 그 목적 가운데 으뜸 가는 하나를 짚으라면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여행을 핑계로 제 삶을 새삼 안으로 들여다보기!’

 거울을 보니 기가 막힌다. 헝클어진 머리칼, 멍청하면서 퉁퉁 부은 눈, 덥수룩한 수염, 창백한 낯빛이 곧 죽을 사람이다. 게다가 머리도 띵한 것이 환자도 이런 환자가 없다. 무엇보다 몸이 죽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넋과 혼마저 죽어간다는 생각에 새삼 소름이 다 끼친다.

‘안 된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갑자기 살고 싶다. 삶에 대한 의욕이 다시 일어난다. ‘그래, 까짓거 큰 맘 먹고 떠나는 거야!’ 하고, 마음먹는데..... 정작 떠나려니 하루하루 쫓기는 일정에 금세 망설여진다. 게다가 막상 어디 하루쯤 떠나려니 비싼 기름값에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긴 요즘 지갑도 텅텅 빈지 오래지..... 아픈 머리를 감싸고 있다가 문득 떠오르는 곳! 함지산.......

 처음 함지산이 보일 때는 산이 마구 흔들려 지진 났나 싶더니만 차츰차츰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흔들리기는커녕 제 자리만 잘 지키고 있다. 여전히 술이 덜 깬 탓이다. ‘역시 문제는 사람이군!’ 혀를 끌끌 찬다. 가슴 가득 씁쓸함만 더한다.

 본디 홀로 지내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혼자 산을 오르내릴 때는 될 수 있으면 사람이 많이 오가는 길을 피한다. 굳이 산속에서조차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다. 마침 전에 한 번 가 본 적이 있는 외딴 길이 있어 미련 없이 그 길로 들어섰다. 역시 인적이 없다. 한동안 인적이 없더니만 한 사람 지나간다. 이렇게 인적 드문 산길을 혼자 걷다보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부모님 생각, 어제 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날의 초상, 커다란 이상, 더불어숲 사무실 이전, 돈벌이 걱정, 논문과 책 쓸 생각,..... 아무튼 온갖 잡다한 생각이 다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하나.

‘그런데 그런 것들이 과연 소중한 걸까?’

‘........’

 알고 보면 다 헛것 아닌가 몰라.

‘왜 살지?’

 ‘.......’

 이왕 내친 김에 하나 더 물어보자.

 ‘나는 누구지?’

 ‘.......’

 놀랍게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비극이다! 삶의 목적도,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지금껏 살아온 삶이라니 정말 몸서리쳐진다. 진짜로 어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젊을 때는 거리끼지 않고 답했다.

 ‘그런 것들이 소중하니?’

 ‘당연하지!’

 ‘왜 사니?’

 ‘이상사회 세우려고!’

 ‘난 누구니?’

 ‘나?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에 나는 하나뿐이니 그 말밖에 할 말 더 있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기쁘기 그지없으니 그럴 수밖에! 물론, 그 답이 옳고 그른지 난 모른다. 그게 중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떳떳이 살았다는 게 소중할 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마저 그렇지 않다. 그런 물음에 아예 답할 게 없다.

 오늘도 아침에 함지산을 오르내리며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다른 건 몇 가지 보고, 듣고, 배우고 왔다. 함지산에는 지금 늦봄 또는 초여름에 피는 야생화가 제법 꽃을 많이 피웠다. 그 꽃들을 보며, 향기를 맡고, 잎을 어루만지는 일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남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저 홀로 그토록 아름답게 피었다가는 또 말없이 철따라 알아서 제 할 일 다 하고 가니 그게 얼마나 고맙고 부러운지! 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묵묵히 내 맡은 일 책임껏 다 하다, 때가 되면 오간다는 말조차 없이 조용히 사라질 수 있을까? 이름 없이 살더라도 저렇듯 맘껏 향기를 내뿜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갈수록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용기도 사라지고. 왜 그럴까?

 인적이 드문 탓인지 새소리도 많이 들린다. 뻐꾸기와 산까치를 비롯해 이름 모를 산새도 몇 종류 있다. 어떤 새는 나무 아래까지 갈 동안 날아갈 생각을 않아 눈여겨볼 수 있다. ‘참 곱네!’ 새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므로 사람 소리가 들리면 이내 경계한다. 물론, 다른 까닭으로도 울지만 사람이 나타나면 그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고 더더욱 우는 거다. 새로서는 경계의 울음이지만 사람에게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자연의 오페라다! 그런데 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한 가지 색으로만 된 새는 거의 없다는 거다. 사람이 알록달록 예쁜 옷으로 옷차림을 꾸미듯 새들도 머리와 부리, 목과 가슴, 날개와 꼬리 어느 쪽이건 조금씩 다른 색으로 꾸미고 있다. 그 아름다움이야 어찌 사람의 옷과 견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산까치와 산비둘기란 놈은 겁도 없이 사람이 나타나도 날아갈 마음이 없으니 그 울음소리도 잘 듣고, 그 모습도 잘 볼 수 있으니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나도 저렇게 말 한 마디를 해도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 내 말을 통해 다른 이를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자신 없다! 내 삶을 보는 이들이 내 삶이 참으로 아름답다며 함께 가자고 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물론, 없다! 봐라, 자연은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가르침을 준다!

 내려올 때 사람 많은 공원 쪽을 택했다. 인적 드문 산길과 어떤지 견주어볼 요량이다. 역시 싫다. 음악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산을 오가는 이들 가운데는 라디오를 켜고 산행을 하는 이가 많다. 그 길에는 바람소리도, 나뭇잎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시끌벅적 사람 소리와 마이크 소리만 들릴 뿐! 이 차이다.

 왜 이명박대통령의 현 정부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런 걸 모를까? 사실 모르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통합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왜 그네들은 이 아름다운 땅을 ‘개발 이익’으로만 계산하려 할까?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서는 한 여스님이 상상과 통념을 뛰어넘어 목숨을 건 단식을 하면서까지 ‘전하려 한 그 마음’을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부산과 대구를 잇는 그 길.... 불과 한 시간이면 가는 것을 굳이 이삼십분 더 앞당기는 고속철도 사업을 해서 무슨 이익을 보자는 걸까? 사실 경주로 둘러가므로 일이십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미 뚫린 길은 그렇다 쳐도 남은 길이라도 좀 느긋하니 가도록 하면 안 되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아예 한 술 더 뜬다. 한반도대운하!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세계 몇몇 곳을 여행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운하를 내는 순간 자연생태는 사라지고 만다!

 독일에 가면 우리가 사춘기 때 교과서에서 배운 ‘로렐라이언덕’이 있다. 라인강을 따라 가면 나온다. 퀼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 강에 대통령께서 그토록 갈구하는 화물선이 지나다닌다. 트레일러를 가득 실은 채.... 그런데 이거 아는가? 그 라인강물은 더럽기 그지없다는 거! 더 놀라운 사실은 지지난해부터 강수량이 불안정해 그 화물선이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는 거! 콘크리트로 하천 정비가 잘 돼 있다 하지만 수초 하나 제대로 숨 쉬지 못하는 죽음의 강.....

 이태리에 가면 베네치아란 도시가 있다. 본디 섬으로 이루어졌건만 다리를 놓아 잇고 해서 바다가 도시로 돼 버린 곳! 그 바다를 보려고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사실 그 정도면 까짓거 눈 딱 감고 모험이라도 해 볼 수 있다. 자연생태는 파괴되더라도 그 도시 사람들이 죄다 그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니까! 그런데 이거 아는가? 베네치아는 작은 도시에 불과할 뿐이라는 거! 그리고 베네치아의 바다는 어떻게 돼 있는지 아는가? 거짓말 아니라 바닷물이 오염된 게 아니라 아예 썩었다, 썩었어!

 그럼 우리가 뭐 수에즈운하처럼 그곳을 거치지 않으면 엄청나게 손실이 나는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자랑스런 고속전철에 온갖 고속도로네 하면서 국토를 남북으로, 동서로 다 길 잘 내놨는데 무슨 내륙을 관통하는 해상운송수단이 필요하단 말인가? 시속 15키로미에서 20키로미터로 언제 부산에서 서울까지 물류를 수송하는가? 그토록 떠들어대는 ‘경쟁력’ 떨어지게!

 스위스를 가보면 대개 다 느낀다. 참 아름다운 나라구나. 그들은 우리 같으면 질러가겠다고 벌써 시원스레 뚫어놓았을 길을 절대 뚫지 않는다. 그러면 그 자연이 망가진다고! 이게 그네들 재산이라고!

 로마에 가면 대중교통이 썩 좋지 않다. 그런데도 지하철은 오직 선이 둘이다. 더 많은 지하철을 내게 되면 로마 땅 곳곳에 묻혀 있을 고대 로마의 흔적이 파괴될 것이므로! 그게 그네들 재산이기에 그들은 함부로 그 문화유적지를 마구잡이로 발굴하는 어리석음도 저지르지 않으며 그 문화유적을 얼른 발굴한 뒤 지하철을 내자는 무식함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함지산 공원쪽으로 내려오면서 싫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나이 드신 분들도 얼마든지 산을 즐기라고 길을 잘 내놓았으며, 시민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휴게시설도 잘 돼 있다. 못에는 세 가지 연꽃이 그 희고, 노랗고, 보랏빛 찬란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정말 눈이 즐거웠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눈에 확 띄는 게 있었으니 바로 어떤 ‘사람’이다! 이 나라 최고 지도자인 이명박대통령이나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지도자들 모두에게 그 분을 좀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등산 조끼를 입은 그 분은 공원을 찾는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버린 휴지와 담배꽁초, 플라스틱병을 쓰레기봉투에다 말없이 담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제대로 된 국민의 머슴을 지도자로 모시는 날이 올까? 그 전에 대통령께서 함지산을 오르내리며 뭐 좀 배우면 안 될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쓰레기집게와 쓰레기봉투를 하나 살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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