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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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불어숲 (123.♡.61.72) 작성일08-04-04 20:55 조회2,3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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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습니다. 더불어숲 식구들, 다들 편히 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써 둔 글이 하나 있어 새삼 함게 나누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차를 마시는 것과 사람 사는 게 뜻밖에도 닮은꼴이 많습니다. 먼저 찻잎이 그렇습니다. 한 해 가운데 어느 철, 어느 철 가운데 어느 날, 어느 날 가운데 언제, 생육 과정에서 어느 때 찻잎을 따느냐에 따라 차의 질이나 맛이 확 달라집니다. 사람도 그렇잖아요, 왜! 애가 어느 집에 태어났느냐, 몇 시, 며칠, 몇 달, 몇 해, 어느 철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죄다 그 인성과 인덕이 저마다 다르다는 건 다 아시죠? 그러니까 사주를 보거나 하겠지요. 보통 사주쟁이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건 제가 방금 밝혔습니다. 한 날 한 시라 해도 그 운명이 다른 까닭은? 다른 집에서 태어났거든! 그럼 쌍둥이는? 난 시는 같아도 난 분, 난 초는 다르거든! 그럼 사주는 분과 초가 있느냐? 아, 물론 없죠.... 마, 이 정도로 하고, 오늘은 차 이야기로 다시 돌아갑니다.

찻잔이나 차 주전자는 또 어떤가요? 흙의 성분, 흙의 밀도, 흙의 산지, 흙을 빚은 정도, 빚은 꼴, 불의 온도, 불의 세기, 불을 땐 시간, 가마의 모양과 유형, 불 때는 방법과 장작의 성분 따위에 따라 다 다른 그릇이 구워지지요. 물론, 여기에 사람의 손맛과 넋이 담기는 것은 말하나 마나고요! 그런데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그 사람의 부모가 어떤가, 만나는 친구와 선후배는? 자란 환경과 교육 정도, 한 일과 하고 있는 일, 마음 씀씀이와 대인관계에 따라 저마다 다 다른 맛과 색을 내지요.

그래서 차와 사람은 참 많이도 닮았다 싶은 생각이 종종 들 때가 많습니다. 그걸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 깊어가는 밤에 몇 자 적습니다. 어떻게 하면 함께 하는 분들이 차를 맛있게 우려내 마시도록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차의 깊은 맛과 사람 사는 맛을 같이 느끼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요. 그래 차 마시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차는 물론 다기가 뛰어나야 합니다. 좋은 그릇에 담긴 차는 첫째 분위기에서부터 차 맛을 더 내게 하니까요! 둘째, 다기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차 마시기에 딱 좋은 온도를 지니지 않으면 그 맛이 덜하지요. 그래서 대개 녹차를 마실 때면 찻잔과 차 주전자를 어느 정도 데워놓는 거고요. 셋째, 찻잎이 좋아야 함은 마땅한 일이니 그 찻잎을 우려낼 물 온도가 딱 들어맞아야 합니다. 대개 70-80도를 이야기하지요? 그런데 정수기에 있는 따뜻한 물 온도가 그 정돕니다. 그렇다면 정수기 물을 그대로 부으면 되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차의 본디 맛이 떨어집니다. 찻물로 쓸 물은 생수, 약으로 쓰려면 지장수가 훨씬 좋고요. 뭐 약으로 쓸 때 생수도 물론 괜찮습니다. 아무튼 문제는 생수를 팔팔 끓여야 한다는 겁니다! 생수는 살아있는 물이라 차게 마시는 게 더 좋은데 이를 어떡하나요? 살아있는 물이라면 찻물보다 그 물이 더 보약이라는 거지요! 차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한 중국은 대륙의 특성상 맑은 물보다는 부연 물이 더 많다는 걸 떠올린다면 찻잎을 쓰는 게 건강에 훨씬 더 좋겠다, 그죠? 생수를 차게 마시건 끓여 죽여 마시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암튼 각설하고...... 찻물을 쓸 때는 물을 팔팔 끓여서 천천히 식혀 앞서 말한 온도쯤에 찻물을 우려내면 가장 좋다, 이 말이지요. 넷째, 물을 우려낼 때 그 시간과 온도를 잘 맞춰야 제 맛을 낼 수 있는 거고요. 다섯째, 그 차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며 몸자세가 올곧아야 함은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대개 차 한 잔 맛나게 우려내는 법이 이렇습니다. 차 한 잔 마시기 대개 어렵다고요? 그럼요! 제대로 된 차 맛 한 번 보려면 이런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은 기꺼이 달게 해야지요. 왜냐하면 그 맛 한 번 보지 못하고 떠나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보세요! 차 한 잔 마시는 법도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사람 사는 일은 또 얼마나 힘들까요? 그나마 차 마시는 법은 이미 다른 사람이 그 방법이며, 철학이며, 이론이며, 다구며 모자람 없이 다 준비해 뒀잖아요? 그래도 어렵고 힘들지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더불어숲 일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철학 하나, 방법론 하나, 이론 하나, 실천 하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더 어렵고 힘든 게지요. 모든 게 잘 갖추어진 차 한 잔 마시는 데도 저렇듯 공을 들여야 하니 무릇 그 본보기나 앞선 모범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는 제 맛을 내려면 차 마시는 데 드는 공보다 수 백, 수천의 땀방울을 더 쏟아 부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정이 이러하므로 비록 지금 당장은 황당하고, 무진안개 속이라도 조금씩 정신을 가다듬고 공부를 하면서 실천을 하나둘씩 해가다 보면 조금씩 길이 보일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용기를 내고,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머잖은 날에 차 마시는 법보다 더 훌륭한 지역주민운동방법, 도서관운동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그런데 왜 사람은 그렇게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라도 굳이 차를 마시려 할까요? 그게 또 우습지요? 맛, 건강, 마음수양, 기호식품.... 뭐, 다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마음수련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그래 제가 차에서 배운 몇 말씀을 전하며 잠자리에 들까 합니다.

차를 마실 때는 허리를 곧추 세우고 단정하게 앉은 채 한 손은 찻잔을 쥐고, 다른 손은 찻잔을 받치고 마시도록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칫하다간 찻잔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뜨거운 찻물을 쏟을 수도 있기 때문에 몸을 삼가는 거죠. 바로 그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의 몸과 마음을 겸손하게, 삼가게 하는 것! 차를 마시는 첫 번째 배움입니다.

차를 마실 때는 찻잔을 비롯한 다구 또한 잘 느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흙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생명이 제 몸을 불사르거나 희생한 끝에 이런저런 다구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 이런저런 유기물 ․ 무기물에, 이르자면 흙 같은 것에다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는 여러 도공과 여러 쟁이의 숨은 숨결, 혼과 정신, 땀과 피가 스며든 다음에야 비로소 찻물을 우려내고 담는 다구가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런 과정을 느끼며 자연의 위대함, 앞선 도공과 쟁이의 고마움, 삶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 차를 마시는 두 번째 배움입니다.

차를 마실 때는 먼저 찻잔에 담긴 찻물의 색을 봐야 합니다. 그런 다음 차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은 채 혀 모두로 쓰고, 달고, 떫고, 시고, 짠 다섯 가지 맛을 다 느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입 안 가득히, 목구멍 한가득 차 내음, 차향을 번지게 하는 거죠. 차가 우려낸 색, 차가 내는 맛, 차가 풍기는 향을 한 마디로 한 걸음 떨어져서 지켜보는 겁니다. 바로 삶을 바라보는 것, 자기를 들여다보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만드는 것! 차를 마시는 세 번째 배움입니다.

차를 마실 때는 앞선 모든 과정을 느긋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말입니다. 결코 서두르거나 급히 하는 법 없이 세상 모든 일을 달관한 사람처럼 유유자적하게 해야 제 맛이 납니다. 고요함, 느긋함, 여유로움, 푸근함, 넉넉함이 그 속에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건 ‘정의 문화’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는 건 짧은 생각입니다. 차를 마실 때 놓쳐서 안 되는 것은 ‘정 속의 동’입니다! 가만히 있는 듯하나, 결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고요함과 느긋함, 여유로움과 푸근함, 넉넉함 속에는 치열한 자기 싸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뛰어넘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차 맛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 터라 예로부터 어른들은 차를 마실 때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면서도 느긋하게 차를 즐기려 한 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아니 때로는 느긋함과 넉넉함, 고요함과 푸근함, 여유로움조차 뛰어넘으려는 것! 그것이 차를 마시는 네 번째 배움입니다.

차를 마실 때는 혼자서 마실 때도 있고, 여럿이 마실 때도 있습니다. 그 경우야 어떻든 옛 어른은 하나같이 예와 성을 다했습니다. 왜냐하면 차 마시는 짓은 바로 ‘관계’를 이끄는 움직임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혼자 마실 때는 자기 속의 자기와, 때로 혼자 마실 때는 자연과 더불어, 때로 여럿이 마실 때는 어울린 벗들과 함께 바람직한 관계를 이루어내는 것! 차를 마시는 다섯 번째 배움입니다.

아무리 각박하고, 인정 사납고, 제밖에 모르는 세상이라 해도 사람 사는 뎁니다. 사람이라면 왜 저마다 이 어렵고 힘든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세상, 이상사회를 꿈꾸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꿈꾸는 좋은 세상,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 참 세상은 기어이 오고야 말 겁니다! 문제는 그 사회는 그저 오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 길을 여럿이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갈 때 그런 사회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겠지요. 다들 요즘 무척 힘들고 피곤할 줄 압니다. 그렇더라도 더불어숲에서 일하는 분들은 차분히 앉아 차 한 잔의 여유와 맛을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더불어숲을 찾아오는 모든 분들에게도 차 한 잔 내놓을 수 있도록 합시다. 우리네 삶과 더불어숲이 가고자 하는 길까지 덤으로 말예요!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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