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만난 아름다운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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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불어숲 (218.♡.158.136) 작성일06-03-22 10:44 조회2,3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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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숲 식구들은 이른 아침에 주로 무엇을 하나요? 직장을 가진 사람은 출근 준비를 하느라 바쁠 터이고, 주부라면 식구들 아침밥 해 먹이느라 정신없겠지요? 새벽에 일을 나선 분이라면 이미 일에 열심일 테고, 새벽까지 일 한 분이라면 여전히 꿈나라 여행을 하고 있을 거예요. 이른 아침 풍경으로 또 어떤 분들이 있을까요?
  저는 답사를 떠나는 날이면 십중팔구 이른 아침부터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가 많아요. 물론 그 전에 차를 청소해야 하고, 서둘러 김밥집으로 뛰어가 김밥 두 줄도 사야 하지요. 그래야 운전하면서 아침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답사 가는 날 늦잠을 자게 되면 아침밥은 건너뛰어야 해요.
  그럼 답사를 떠나지 않는 날은 무슨 일을 할까요?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해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면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를 켜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걸 보고 세상 모든 일은 혼자 다 하는 듯 보일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컴퓨터를 켰다하면 한글로 작업하는 게 대부분이고, 그것 말고는 인터넷 편지확인, 뉴스기사보기가 고작이니까요! 그러니 곁에서 보노라면 하루 종일 그러고 있는 것에 먼저 놀랄 터이고, 그렇게 애쓴데 견주어 뚜렷한 성과 하나 없는 것에 다시 놀라게 될 거예요.^^;;
  답사를 떠나지 않는 날은 맨 날 컴퓨터만 하냐고요? 설마 그럴 리가 없지요!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은 아침 내내 이불 속을 뒤척이면서 일어날까말까 망설이고 있겠지요.
  그렇다면 오늘 아침엔 무엇을 했을까요? 정말 모처럼 산책길을 나섰어요! 조금은 싸늘하다 싶은 바람을 맞으며 큰길로 걷다가 제가 좋아하는 산책길로 들어섰지요. 칠곡에 와서 찾은 산책길이 두 길인데 한 길은 함지산을 오르는 길이고요, 한 길은 관음동에 있는 관음공원을 빙 도는 길이에요. 관음공원은 축구와 농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도 있지만 무엇보다 운동장 동쪽에 야트막한 산이 있어 썩 마음에 드는 곳이지요. 그래 그 산길을 따라 걷노라면 마치 산 속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꽤나 발아래 밟히는 솔잎이 푹신푹신하거든요.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짧은 길이라는 거지만...... 아무튼 그 길로 해서 북구문화예술회관 맞은편에 있는 산길까지 거닐다보면 정말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누구 부러울 것 없이 이 세상 다 가진 마음도 들고요!
  오늘은 큰 길로 먼저 걸어 국민은행 뒤쪽, 그러니까 관음공원 동쪽 끄트머리에서 오르는 길을 골랐지요. 들머리 오른쪽에는 열녀였던 김씨부인을 기리는 비석이 하나 있는데, 비각이 없어서인지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어요. 제 작은 바람 가운데 하나는 ‘열남(男) 비석’ 하나 보는 겁니다!! 아, 맨 날 여자더러 죽어라 그래! 또, 드물긴 해도 허구한 날 헤어진 여자 기다리며 사는 남자도 있거든! 아무렇거나 그 길을 따라 오른 뒤 북구문화예술회관을 아래로 보며 오른쪽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려는데 우~와! 글쎄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봉우리를 터뜨린 매화며, 산수유가 제게 오라고 손짓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어찌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냐고요? 그래 조용히 다가가 인사했지요. 여기까진 그럭저럭 좋았는데 그만 저도 모르게 불쑥 손전화에 손이 가더라고요. 그리곤 대뜸 사진부터 몇 장 찍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참, 사람 멋없다. 참, 사람 예의 없다.’고 매화와 산수유가 말하는 듯 해 정신이 번쩍 들었지요! 인사를 했으면 서로 안부도 묻고 어떻게 지내는지 물은 다음 헤어지기 전에 찍어도 될 것을 다짜고짜 사진부터 찍으려고 덤벼드는 걸 보니 저도 어지간히 그 놈들을 갖고 싶었나 봐요. 다 부질없는 욕심이고 삶을 사는 바른 자세가 아님을 왜 몰랐을까요? 그래 혼자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손전화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살며시 매화에게 다가가 말했지요.
“미안! 정말 미안!”
  그리고 슬며시 코를 갖다 대고 다시 인사를 했어요. 그 때! 코 한 가득 전해오는 매화의 인사. 그 향기로움이란! 정말이지 모처럼, 정말 모처럼 맞이한 행복이었어요! 어찌나 고맙고 기쁘든지 다시 한 번 더 눈을 감고 인사하려는데 가지에 무심히 걸려있는 팻말 하나가 잠시 기분을 상하게 하네요. ‘농약 살포!’
  쩌업! 그래도 그냥 물러설 순 없잖아요? 그래 그렇거나 말거나 한 번 더 코를 갖다 댔지요. 정말 좋은 인연이라 하면서 말예요!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사랑하는 이의 삶이 이런 내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매화와 헤어지고 산수유로 발길을 돌려 냄새를 맡아봅니다.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네요. 코를 갖다 대고 ‘킁킁’ 맡아도 나지 않아요. 게다가 자꾸 ‘농약 살포’라고 어김없이 걸려있는 팻말에다 ‘CC TV 단속중’이란 글까지 겹쳐 그만 흥을 잃어 버렸어요. 그래 머쓱하니 돌아서려는데 우~와! 다시 한 번 탄성이 절로 났어요! 글쎄 그 곳에, 마치 경복궁 교태전 후원처럼, 창덕궁 대조전 후원처럼 멋진 정원이 있지 않겠어요! 왜 지금까지 그 멋진 정원을 보지 못했을까요? 그렇게 수도 없이 오르내렸건만 왜 그걸 이제야 보게 됐을까요? 글쎄 그 멋진 정원에다 매화를 줄줄이 심어 놓았는데, 그게 꽃이 활짝 펴 있더라고요. 더욱이 산수유 몇 그루까지 뒷배경을 이루니 얼마나 멋진지 짐작 가겠지요? 이런 풍경에 내리쬐는 아침 햇살이라니! 아, 말로 다 나타내지 못하는 이 마음을 용서하세요.....
  너무나 흐뭇하게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초등학생 세 녀석이 큰 길을 놔두고 산길로 와서 빙 둘러 학교로 가고 있는 거예요. 그래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요.
“얘들아, 잠깐만! 너거들 와 저 넓은 길 놔두고 하필 이 공원길로 빙 둘러 가노?”
  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녀석이 곧장 대답하고, 두 녀석은 추임새 넣는 거 있죠?
“이 길이 조용하고 훨씬 더 멋지잖아요!”
“맞아요!”
“아하, 그렇구나! 그래, 정말 잘했다. 앞으로도 이 길로 댕기래이!”
“아저씨가 안 그래도 우린 매일 이 길로 가거든요!”
  역시 둘레 환경이 받쳐줘야 합니다. 아무튼 오늘 아침은 매화와 산수유, 아이들 땜에 절로 신나는 아침입니다. 더불어숲 식구들도 혹 짬이 나면 북구문화예술회관 동쪽 주차장에 있는 정원과 산길을 거닐어 보세요. 분명 맘에 팍 드실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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